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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by BeagleB 2022. 9. 15.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나, 이곳에선?

북한의 남파공작대인 5446부대, 그 중에서도 최고 엘리트 요원으로 뽑히던 원류환은 남한에 간첩으로 파견된다.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는, 특별히 찾지 않아도 되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그런 동네에 항상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웃음을 달고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정체는 바로 2년 째 남한으로 파견되어 간첩활동을 하고 있는 원류환이었다.

그가 남한에서 맡은 역할은 다름아닌 '동네 바보'. 바보 '동구'는 동네 슈퍼에서 배달을 하며 살아갔고 그의 정체를 모르는 동네 주민들은 하나같이 그를 바보취급하고 있었다.

그는 정체를 숨긴 채 누구보다 구두쇠인 슈퍼 할머니 '전순임'과 백수인 아들 '조두석'과 함께 생활 중이었고, 2년 간 해온 잠행 중 행동강령은 '1일 3회 이상, 사람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감나게 넘어질 것',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 1회 노상에 소변을 볼 것,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볼 것'과 같은 철저히 동네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동구는 2년 만에 우체부로 간첩활동 중인 정보통 '서상구'로부터 북한에 계신 어머니의 사진이 들어있는 봉투를 전달 받으며 변화가 시작된다.

 

5446부대, 전설이 모이다.

어머니의 사진을 받고 난 후 조두석을 따라 배달을 간 동네 하숙집에는 북한의 고위간부 '리무혁'의 서자이자 같은 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흑룡조장 '리해랑'이 파견되어 왔다.

그의 임무는 다름 아닌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서 락커로 위장하는 것, 불운하게도 그는 음악적 소질이 전혀 없음에도 진정한 인민의 락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하나로 파견 임무를 시작한다.

리해랑과 함께 생활을 시작하며 동네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던 중 드디어 당에서 내려온 그들의 임무는 "자결하라"였다.

이유 따위는 필요없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해당 임무는 원류환과 리해랑 외에도 다른 간첩들에게도 내려졌고, 다른 지역의 간첩들은 임무 수행을 위해 밑도 끝도 없이  자결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원류환과 리해랑은 각자의 사정으로 명령에 불복하게 되고 당에서는 명령에 불복하는 이들을 사살하기 위해 지역감시자를 내려보내게 된다.

이 지역의 감시자는 바로 원류환이 5446부대의 조장으로 있던 시절 자신의 부하였던 리해진이었다. 어려서부터 원류환을 존경, 그 이상의 존재로 삼아왔던 리해진 또한 자신의 우상이었던 원류환을 차마 죽일 수 없었고 둘과 함께 명령에 불복하게 되면서 조국의 변절자, 반역자로 남한에서 모이게 되었다.

 

"자결하라"의 시발점, 남북관계의 개선

한편, 국정원에서도 전향한 북한 간부, 전 인민무력부 대렬국장 김희관을 통해 5446부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안전가옥에 피신 중이었던 간부가 암살당하면서 실체 파악을 위해 5446 전담팀을 구성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남북관계가 조금씩 개선됨에 따라 북한에서는 남한에 파견된 부대원 전원의 복귀 명령이 떨어지는데 5446부대의 총교관 '김태원'은 '리무혁'에게 부대원들이 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였고 이로 인해 2년 만에 당으로부터 받은 명령이 '5446 혁명전사 전원 자결하라, 명령 불복 시 해당 구역 감시자는 전원 사살 후 자결하라'였던 것이다.

해당 명령이 내려진 후 남한에 파견된 간첩들이 연속적으로 자결하기 시작하고 남겨진 세 명이 이들이었는데, 지역의 감시자마저 변절한 상태라 이들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김태원'이 남한으로 들어오게 된다.

 

명예를 위해 죽이려는 자, 무조건 살리려는 자

이를 알아챈 간첩 출신의 국정원 요원인 '서수혁'은 이들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원류환을 찾아오게 되고, 리해진이 이를 오해해 서수혁을 쫓아가다가 역으로 국정원에 체포된다.

남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원류환, 자신을 미행하던 국정원 요원을 제압하고 '서수혁'에게 '리해진'의 안위를 부탁하고는 '리해랑'과 함께 '김태원' 교관을 만나게 된다.

조국의 명령을 따르라는 교관의 말에 어머니의 안위는 보장되는가, 어머니는 살아계신가 그 어떤 질문에도 결국 답을 듣지 못하고 전투를 벌이다 '리해랑'의 도움으로 벗어나 국정원의 인원들과 합류하였지만 '김태원'을 놓치게 되었다.

결전을 위한 무기 수급을 위해 '서상구'와 만나지만 '서상구'는 5446부대 창설을 반대했던 김일성종합대학 정치철학과 교수 '서영국'이었고 그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본인과 함께했던 5446 부대원들과 전투 도중 교수로부터 5446 부대의 일가족은 부대 입대와 동시에 전부 수용소에 수감되었다라는 사실을 듣고는 충격에 빠진다.

이어서 찾아온 김태원의 무리와 국정원 인원들이 뒤섞이지만 김태원은 국정원을 저지한 후 생존자들을 추격하고 마지막 전투 끝에 김태원이 자폭을 시도하지만 리해랑이 몸을 던져 김태원과 함께 죽는다.

남은 두명에게 국정원에서 투항 명령을 내리지만 원류환을 도망치도록 하기 위해 리해진이 대치하였지만, 결국 둘다 건물 밖으로 떨어지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눈을 감는다.

 

우리 이웃에 간첩이 살고 있다면?을 시작으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 원작의 영화로 김수현과 이현우를 앞세워 관람객 690만명을 달성한 작품이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수 많은 여성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개봉 시기도 좋아 대박을 터뜨렸었다.

'잘생긴 남파간첩'이라는 클리셰에도 원작을 잘 따라가면서 각색을 하였고,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의 첩보활동이나 간첩이라는 신분보다 국가의 결정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리다 사라지게 되는, 인간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이다.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 등을 잘 담아내 영화가 늘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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